할머니를 향한 애도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읽었다.
내가 20대 초반에 읽었던 책, 김형경 작가의 '좋은이별' 이 마침 생각이 나서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이랑 그에 대한 내 생각을 두서없이 휘적여 보려한다.
"우리는 이별할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이별에 대한 언급조차하지 않으려한다. 이별도 사랑만큼 삶의 중요한 요소인데,,"
> 사 모을줄은 알면서 버리는 것에는 관심없는것과 같은 맥락인것 같다.
취할 줄만 알지 놓아줄줄은 모르는 것.
관성적으로 요양원을 왔다갔다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아빠 말처럼 , 전과후는 분명 다르다. 얼굴 못보는건 사실 거의 비슷한데, 이제는 더 이상 같은 땅 위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다.
이제 곧 먹고사니즘ㅋ 문제가 더 크게 와닿을테지만, 그 전까지는 할머니 생각 좀 더 하고있을게요.
할머니가 요양병원 가면서 생긴 부재에 적응했듯이 이번 부재도 곧 적응 할 수 있겠지.
할머니가 비춰준 햇빛을 떠올리면서 고된 일상도 즐기며 살아볼게요.
20년 1월 방문 이후로 한번도 할머니 있는 방을 못가봐서 그런지 요양원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옛 기억 한개가 떠오른다.
여느 때처럼 요양원 갔었는데, 할머니 기저귀 요양보호사 분이 갈아주면서 똥 냄새가 너무나서 차마 안에 들어갈 엄두가 안났었는데 ㅎㅎㅎ
할머니 말고도 옆에 있던 할머니들 얼굴도 갑자기 생각나네. 요구르트 나눠드리면 잘 받아주셨었는데. 한 동안 한번도 떠올린 적 없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떠오른다.
할머니를 애도하며 , 좋은기회로?? 나 자신에게도 애도를 했구나.
"상실이나 결핍이 심리적 문제 원인이라면 애도는 그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다.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는 지금 이곳에서 불편을 겪는 문제의 원인을 내면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어 해석해주고, 상처입은곳으로 돌아가 그 떄 충분히 슬퍼하며 울지 못한 울음을 다시 우는 작업이다. "
"애도는 새로운 자기 체험이 생겨날수있게한다. 충격받은 사람의 삶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자기와 세계에 대한 체험을 이루게 하는 감정이다.
애도가 심리적 성장기제라는 사실은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뒤늦게라도 잘 슬퍼하고 떠나보내야 할 대상은 부모 형제 연인만이 아니다.
젊고 아름다웠던 자신을 보내줘야할떄 꿈을 잃었을 떄 고시 공부에 합격 불합격했을 떄도 마찬가지다.
애도 대상에는 공간, 환경도 포함된다.
애도를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핵심개념이라고 할 때, 뒤늦게라도 잘 떠나보내야하는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대상은 내면에 간직된 부모 이미지이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유아기 때 만들어 가진,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는 부모 이미지가 있다.
정신분석적 심리치료가 목표로 하는 지점은 내면에 의존하고 있는 부모 이미지를 떠나보내고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개인으로 서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독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관계된 애증의 감정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애도작업은 내면에서 작동하는 낡은 삶의 플롯,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내면의 자기를 함께 떠나보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치유와 성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애도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알아볼 수 있으면 타인도 잘 알아보게 되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이 커진다. 애도 과정이란 인간이 경험 할수 있는 감정의 모든 영역을 두루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나오면 정서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낄수있다.
더불어 삶의 다양한 국면에 대한 이해력이 커진다."
"자기 연민을 느껴본 사람만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을 가질 수 있다.
사랑을 잃었을 때 화를 내는 것은 유아적인태도에서 비롯된다. 아기들은 자기에게 만족스럽고 편안한 것은 좋은 것이고, 불만스럽고 불편하나 것은 나쁜 것으로 이해한다. - 퇴행하여 무의식에 있는 그 시절의 상실감을 다시 경험하기 때문이다."
> 애도는 일상에서 필요하다.
모든것을 알 수는 없다.
이별이나 상실앞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사건의 내막이나 헤어진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 왜냐고 묻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다. 어렸을 때 가족관계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절망을 그들에게 표현한 적이 없다. 친구한테는 어쩌다 한번씩이라도 한적이 있었는데 그 대상자인 가족에게는 한번도 없었다.
아마 그렇게 슬픈 마음과 절망감을 안에만 갖고 있는 것이 나의 생존 방법이였던 것 같다. 그저 묻어두고 일상을 사는 것. 해결도 안되는 일 표현해서 뭐하나 하는 자포자기적 심정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까지의 나에게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
환상과 상상을 치유에 사용하기
환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애도 기간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잃은 대상을 쫓아갈게 아니라 그 재능을 회복을 위한 작업에 사용한다. 애도 작업을 잘 치러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작업이 끝난 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변화한 삶을 그려본다.
아이 때 좋아했던 일 하기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만을 산다. 배우다 만 피아노를 배우거나 그 때 못갔던 야영을 떠난다. 그것은 '지금 이곳에서' 사는 일이며,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돌보는 방법이다.
상실한 대상이 했던 그 일을 하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즐겨했던 낚시를 따라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더 이해하고, 아버지의 존재를 내면화할수 있다. - 빈자리를 인식하고 그 관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떠난 사람의 의미 그 관계의 의미, 상실의 의미 등을 알아차려 내면화한다.
생산적인 대채대상 갖기
이왕 대체 대상이 필요하다면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대상보다는 건강하고 유익한 대체 대상을 갖도록 한다.
자살 생각은 커다란 위로다. 우리는 많은 힘든 밤들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사히 보낸다 - 니체
> 니체 진짜 어떻게 이런 통찰을 하지,,,,
완벽한 건강에 대한 환상버리기!
애도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우리는 슬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딱딱해지고 , 몸이 아프고, 삶이 방향 없이 표류하게 된다. -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형식적인 겉치레라 여겼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 의례는 떠난 사람을 잘 보내기 위해서 뿐 아니라 남은 이들의 상실감을 쓰다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절차라는 사실을 이해하게되었다.
슬픔의 문제가 한번 크게 우는 것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 두고두고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의식이라는 것도 짐작되었다.
자기만의 애도 의식 만들기
: 매일 잠깐씩 떠난 사람의 행복을 기원해주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간곡하게 마음을 쏟으면 그것이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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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전 날, 이 책을 다 읽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집중력이 좀 흐트러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 책에 의지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책이 있어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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